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겠다.
가수를 세우고 순위를 매기는 발상에 문제가 있다.
규칙을 알고 참석한 출연자가 번복을 요구하는 것 혹은 녹화를 거부한 것이 잘못이다.
제작진이 규칙을 바꾼 것이 잘못이다.
갑자기 바뀐 규칙을 악용(?)한 출연자가 쿨하지 못하다.
뒤늦게 제작진을 교체한 것은 방송사의 잘못이다.
출연자와 제작진에게 가해진 시청자의 비난이 과하다.
각 항목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해 본다.
가수를 세우고 순위를 매기는 발상에 문제가 있다?
동의하기 어렵다. 대중음악 자체가 옛날부터 그래왔다. 요샛말로 순위의 종결자다. 멀게는 빌보드 차트부터 가깝게는 내 PC 폴더 안에 추억의 명곡까지. 앨범차트, 싱글차트, 방송횟수 순위, 장르별 차트, 방송사별 가요 프로그램 등. 그리고 모자라서 때마다 시상식을 통해서 순위를 정한다. 왜? 대중의 관심을 끌어야 하니까. 대중의 관심을 끌어야 하는 분야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런 속성을 가지고 있다. 영화, 책, 스포츠, 드라마 등.
그래도 이미 최고인 가수들을 가지고 그러는 건 지나치다는 분들도 있다. 음.. 나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환영한다. 언제까지나 약자의 서바이벌만 있어야 하는가? 슈스케와 위대한 탄생으로 대표되는 서바이벌을 보며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은가? 잃을 것이 없는 출연자의 절박함이 나와 별반 다르지 않고, 평가자의 권력과 (때로는) 폭언을 참아내야 하는 출연자의 상황이 나의 일상에 오버랩되는 느낌. 있다. 그래서 그것이 불편할 때도.
이제 그 높은 곳에서 냉정하게 평가하던 분들이 몸소 아래로 내려와 우리의 심판을 받겠단다. 환영의 박수를. 짝짝짝. 그래 내 최대한 공정하게 평가해 주께.
(하나 적었는데 벌써 스크롤이다. 이건 아무도 안 보겠구나.. 그냥 나 혼자 나중에.)
규칙을 알고 참석한 출연자가 번복을 요구하는 것 혹은 녹화를 거부한 것이 잘못이다.
역시 동의할 수 없다. 김제동은 번복을 요청했다. 정중하게. 조건을 걸지 않았다. 그냥 부탁했다. 이미 규칙에 동의하고 출연하기로 한 이상 제작진은 갑이고 출연자는 을이다. 을이 갑에게 부탁도 못하나? 그리고 녹화를 거부하려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어차피 계속 갈 수 밖에 없다. 결국은 돌아오고 방송은 계속된다.
오히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그 과정이 그대로 방송에 나갔다는 거다. 최고의 가수라고 불러놓고 대접이 미흡하다. (혹시 제작진 중에 이소라 안티가 있는 걸까?)
제작진이 규칙을 바꾼 것이 잘못이다.
동감! 나는 잠시 제작진 회의할 때 당연히 규칙이 유지될 것을 기대했다. 분위기가 너무 가라앉아서 탈락자를 위한 배려 정도는 기대했지만, 그렇게 쉽게 규칙이 바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결정이 난 순간 벙~쪘다. 이게 뭐야 씨이. 그 다음에 열심히 구구절절이설명하지만 - 원래 의도가 그게 아닌데, 재도전도 대단한 용기이며, 기타등등 -, 거기서 그냥 끝난거다.
사실 진행하면서 불안하기는 했다. 익히 보아 왔듯이 서바이벌의 성격이란 본래 자극적이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타인의 아픔을 보는 즐거움이다. 작게는 1박2일의 복불복에서 위대한 탄생의 그것까지. 그걸 아는 분들이 너무 막 나가는 게 아닌가 싶었다. 출연자에게 부담을 많이 주면서 줄곧 긴장감을 극대화 시키는 방식을 취했다. -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고, 대기실을 나누고, 탈락자에게는 가혹하게 - 코미디언 매니저를 배치하기는 했지만, 그들에게는 역할을 할 기회를 주지도 않았다. 내내 그런 긴장감으로 카운트다운에는 일단 성공했지만, 정작 폭탄이 터질 때가 되자 감당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거다. 감당이 안되니까 결국 그 부담을 가수에게 떠 넘긴 거고. 비겁하게.
갑자기 바뀐 규칙을 악용(?)한 출연자가 쿨하지 못하다.
쿨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그러나 잘못은 아니다. 정황상 생각이 자꾸 바뀐 듯 하다(아니면 제작진이 그렇게 보이도록 편집을 해 줬다). 그러나 규칙을 바꾼 것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정해진 규칙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뭐가 문제인가? 쿨하지 못했지만 잘못은 아니다.
뒤늦게 제작진을 교체한 것은 방송사의 잘못이다.
이 부분이 가장 헷갈린다. 이게 PD가 책임질 사안인가. 그런 거 같다. 그렇다면 책임을 지는 적절한 방법이 무엇일까? 요건 좀..
좀 과격한 면이 없지 않지만, 어쨋든 누군가 책임을 졌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보다 더한 일에도 책임지는 놈 없는 사회에서. (천안함 1주기란다. 아무도 미안하단 놈, 책임지는 놈. 못 봤다. 전투에서 패배한 군인들이 그렇다.)
출연자와 제작진에게 가해진 시청자의 비난이 과하다.
동의한다. 과하다의 기준을 사안의 중요도나 다른 분야와 상대평가 해 보자면 그렇다. 그만큼 기대치가 컷다는 얘기도 되겠다. 그리고 언론에 노출이 많이 되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이게 젤 크다고 생각함).
모든 인터넷과 신문과 스포츠찌라시와 블로그에서 프로그램을 분석하고 비난하기 바쁘다. 다른 심각하고 부당한 사건에 대해서보다 훨씬 더 많이 노출된다. 왜? 기본적으로 상대가 약자이기 때문이다. 방송사나 가수는 내가 뭐라 해도 절대 '유언비어 유포'로 걸지 못할 거라는 확신이 있다. 그러니 언론사 입장에서도 이건 뭐 별로 공부하지 않아도 써 제끼면 되는 소설이다. 마구 찍어내어 트래픽만 얻어내면 그만이다. 게다가 주말마다 반복될 것이니 이게 웬 떡이냐. 이 와중에 산업금융지주 회장은 급전이 필요한 대통령 친구분이 되셨고, 일본 방사능에 대해선 바람 말고는 대책이 없다지만. 그런 건 취재와 보도가 훨씬 힘들고, 위험하고, 비용이 많이 들테니..
총평
제작진은 너무 의욕이 앞섰고 진지했다. 예능 프로를 예술 프로로 보이도록 하고 싶었던 것 같으나, 그 어려운 작업을 이루어 낼 능력은 부족했다.
예전 MBC 코미디 프로 중에서, 매주 팀을 나눠 대결해서 꼴찌를 하는 코너는 영원히 없어지는 포멧이 있었다. 해당 코너를 맡은 당사자는 매우 낙담하지만 웃어 넘기고 몇 주 후에 새 코너를 들고 다시 돌아왔다. 그 외에 많은 예능 프로에서는 게임이라는 형식을 사용한다. 게임은 실력 보다는 우연의 요소가 많이 작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줄어든다. 그 마저도 대부분 팀 대결이 주를 이룬다.
이런 예능의 요소를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 가령, 게임 등에 매니저를 활용해서 가수의 부담을 덜어 준다던지(대체 매니저는 왜 둔 건지.. 함께 걱정해 주는 것 말고는), 팀 대항으로 해서 개인의 부담을 덜어주던지.
이제는 좀 힘을 빼고, 좋은 예능 프로그램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어쨋든 출연자 섭외하기는 많이 힘들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정엽의 무대가 가장 좋았다. 설마 내가 "짝사랑"에 감동받게 될 지는 꿈에도 몰랐다. 시간이 흘러도 정엽의 노래가 가장 마지막까지 남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