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 이런 멍청한 제목!

2011/02/27 19:46  noisy 메멘토..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8점

비가 내리는 일요일 아침. 아침인지 저녁인지 분간하기 힘든 어스름과 빗소리에 어울리는 영화를 한 편 때리기로 하고 그럴듯한 제목을 고른다.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 제목만으로도 먼가 쓸쓸하고 우울하고 슬픈 이별의 사랑 이야기가 기대된다.
이런 기대는 첫 장면에서, 더 정확하게는 원제가 보이는 순간 무너진다. High Fidelity? 닉 혼비 아닌가? 전에 도서관에서 빌릴까말까 살짝 고민하던 그.. 수다쟁이 영국 축구광 소설가. 이런.. 아마도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와 헷갈린 모양이다. 그 영화는 원제가 뭐였지? 왜 제목을 이렇게 헷갈리게.. 나 참.

영화는 끝까지 봤다. 심지어 꽤 괜찮은 구석이 있다.
하나, 레코드점과 음악 이야기. 보기에 따라서는 사랑이야기 보다는 음악이야기에 더 끌린다. 아, 저 못말리는 오덕들 같으니라구.
둘, 잭 블랙. 문득 내가 이 분 팬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이 분 나오는 영화도 꽤 많이 봤군.
셋, 별로 로맨틱하지 않다. 사랑 영화에서의 있을법한 공식 - 빼어난 미모, 기막힌 우연, 특이한 직업, 안타까운 오해, 운명적인 만남 - 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미모 부분은 좀 아쉽지만). 다시 말해서 제법 현실적이다.
넷, 배우. 이걸 까메오라고까지 해야 할 지는 모르겠으나. 의외의 얼굴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팀 로빈스, 케서린 제타존스, 게다가 브루스 스프링스틴!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렸다. 영화에 나오는 수많은 수다를 글자로 씹어보고 싶어서.
어쩌면 책에 언급된 음악과 앨범들을 하나하나 발라내어 찾아 들어볼 지도 모르겠다.
나도 조금은.. 그런 놈이다.

2011/02/27 19:46 2011/02/27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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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혼비의 "진짜 좋은 게 뭐지?"

2009/03/28 12:29  noisy 메멘토..
진짜 좋은게 뭐지?
8점

닉 혼비 지음, 김선형 옮김/문학사상사

전작은 제대로 읽지 못했지만, 문체에 깊은 감명(?)을 받아서 이어보는 책. (이번에는 물론 정독)
소설가는 기본적으로 모두 "수다쟁이"라 할 수 있다. "구라쟁이"라고 하는 분도 계시지만.
나름대로의 문체에 따라, 진중해 보이기도 하고, 또는 건조하거나 화려하거나 난해하거나, 등등 여러가지 느낌을 주지만. 어쨋든 책 한권의 분량으로 나름대로의 썰을 풀어가는 능력이라는 건 (대단한 거다), 뭐 "수다스럽다"고 표현해도 될 듯 하다.

그리고 닉 혼비는 그런 느낌을 가장 정직하게 드러내는 것 같다.
"이런, 수다쟁이 같으니라구."
책 자체가 곧 시트콤이군.

평범한 유뷰남(혹은 유부녀)라면, 공감할 내용이 차고 넘친다.
정말 "진짜 좋은 게" 뭘까?

조금 있다가 우리는 다시 한 가족이 되어 TV를 같이 본다. 인생이 이렇게 뒤죽박죽이 됐는데 저녁 시간은 어쩌면 이렇게 평화롭고 가정적인지 기가 찰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
가족 의례란 것은, 아무리 혹독한 토양에서도 끝내 꽃을 피워내고야 말 질기디질긴 사막의 꽃 같다.


허공의 소리를 듣고, 침묵을 맛보고, 고독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꼭 사창가에서 아는 사람 만나는 거 같다. 그렇지?"
"그래?"
"응. 누나한테 들켰을 때 창피해서 죽는 줄 알았어. 하지만 누나도 여기(교회) 있을 사람이 아니잖아. 안 그래?"

엄마는 꼬부랑 꼬부랑 꼬부랑 할머니였어요. 자기가 언젠가는 죽을 거라고 했어요.

추신.
근데, 표지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 듯. "아동도서"도 아니고 말이지.
2009/03/28 12:29 2009/03/28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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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축구장 - Fever Pitch

2009/03/21 20:01  noisy 메멘토..
피버 피치
6점

닉 혼비 지음, 이나경 옮김/문학사상사

한 영국 축구광의 자기 고백서.
그 사람이 다름아닌 정상의 인기작가이기 때문에, 글은 호흡이 짧고 유쾌하고 재미있다.
아무리 그래도, 소재가 영국 축구인 경우에 - 게다가 70~90년대라니 - 나같은 한국의 독자가 끝까지 집중하기는 역시 무리다.
뭐.. 1시간 안에 해치웠다.
읽었다기 보다는 책장을 넘겼다고 보는 게 맞겠다. (속독을 하는 게 이런 기분일까?)

그래도 아래와 같은 부분은 명문(?)이군. ㅋㅋ

인종차별주의자에 대한 경고
때때로 상대 팀의 흑인 선수가 파울을 하거나, 좋은 기회를 놓치거나, 놓치지 않거나, 주심과 말다툼을 벌이면, 진보주의자는 불길한 예감을 느끼고 떨게 된다. "제발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말아줘"라는 혼잣말이 나온다. ... 그러나 어느 네안데르탈인이 일어나서 인스나 월리스, 반스나 워커에세 손가락질을 하고, 우리는 숨을 멈춘다... 그리고 그가 그 선수에게 좆 같은 놈이라거나 변태라거나, 뭔가 음란한 욕지거리를 하면, 우리 아스날 팬들은 역시 대도시에 사는 세련된 사람들이라는 엉터리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왜냐하면 문제의 명사가 빠졌기 때문이다. ... 사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좆 같은 검둥이 놈'이 아니라 '좆 같은 놈'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고마워할 일은 전혀 아니지만 말이다.


추신.
도서관을 이용하는 건 확실히 부담이 적다.
돈 주고 샀다면, 본전 생각에서라도 꾸역꾸역 읽어내느라 힘겨웠을 듯.
2009/03/21 20:01 2009/03/21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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